세월의 흔적 / 설은 김정원
길고 긴 인고의 세월 속에도
패이고 깨어진 상처는
가슴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려
흑백 필름처럼
아련한 기억으로 떠오른다
어떤 명약이 치료해 줄 수 있을까,
순간순간 밀려드는
세월에 찢긴 몸부림은
용광로와 같은 뜨거운 불꽃 사랑도
품어주지 못한다
치유될 줄 모르는 세월의 흔적은
아직도 내 속에 그대로 남아
깊이 뿌리 박힌 파편들로
내 가슴을 구석구석 도려내는
고통을 안겨준다
지독한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잠 못 이루는 밤,
지난 세월에 아픈 흔적들을
어느 누가 아름답다, 말하며
사랑이라 감싸 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