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홀로 가는 길 설은 /김정원 어둠이 찾아오면 하나둘 습관처럼 켜져 가는 가로등 불빛, 왠지 모를 나를 닮은 듯한, 그래서 더 외로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외로움을 애써 감추려 온 힘을 다해 작은 불빛을 더 멀리 환하게 비추어, 오가는 사람들의 안전한 귀갓길을 지켜준다 누구도 온 힘을 다해 밝힌 불빛에 고맙다, 사랑한다, 표현해 주는 이 없지만, 오늘도 밤길을 비추는 가로등 불빛은 슬퍼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는다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대는 밤에도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추운 겨울날도 키다리 가로등 불빛은 쉬고 싶다는 투정도 부릴 줄 모른다 묵묵히 변함없는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서서 환하게 불을 밝힌다 바라봐 주는 이 없어도 그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인생이다 내가 죽을 만큼 힘들어도 내가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주는 이 없어도 내가 해야 할 일이기에 하는 것이다 내가 쓰러져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뿐이다 가끔은 하늘을 보며 눈물도 삼키고 때로는 생긋이 웃어도 보고 또다시 내일의 꿈을 꾸며 묵묵히 걸어가는, 인생은 그렇게 홀로 가는 길이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언제나 곁에 있다 하지만, 내가 지쳐 쓰러지고 힘겨움에 뒤돌아 눈물 흘릴 땐 언제나 나 혼자가 아니던가, 나 홀로 위로하며, 나 홀로 사랑하며 그렇게 또 희망을 찾아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이다.